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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미병 - 제주의료원 찾아가는한의진료사업 조경희 팀장
2024-07-29 11:01:42 - 작성자홍보담당자 (ojw308) 조회수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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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병(治未病)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 중 ‘잠을 자고 또 자도 피곤해요’, ‘검진 상 큰 문제는 없다는데 소화가 안 돼요’, ‘진통제를 먹어도 두통이 해결되지 않아요’ 등의 고통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결코 건강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큰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미병(未病)이라고 합니다. 미병(未病)이란 질병은 아니지만 이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즉, 건강과 질병 사이의 상태입니다. 미병(未病)의 대표적인 이상 증상은 피로, 통증, 수면장애, 소화불량, 우울, 분노, 불안 등입니다.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아주 건강한 사람은 5%, 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20%이고, 나머지 75%가 미병 상태라고 합니다. 미병은 각 나라 또는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질병에 대한 치료 보다는 예방의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미병(未病) 상태를 제대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건강을 촉진하는 생활방식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는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이미 발생한 병을 다스리지 말고 병이 나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입니다.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을 때 푹 쉬고 나면 다음 날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병(未病) 상태에서 질병으로 가는 것을 예방한 것입니다. 질병이 나타나기 전에 크고 작은 징후들을 간과하지 말고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및 충분한 수면 등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기본 조건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와 더불어 한의학에서는 양생법(養生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생(養生)은 생명을 보양한다는 의미로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도모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양생(養生)을 질병 치료보다 우선시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을 양생 의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사계절 천지자연 변화에 순응해서 생활해야 병을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 중 여름에 대해 살펴보면 만물이 번성하는 계절이고 하강하는 하늘의 기운과 상승하는 땅의 기운이 활발하게 교류해 만물이 꽃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 하는 시기로 사람도 이러한 변화에 순응해 해가 길어진 만큼 잠자리 드는 시간을 조금씩 늦추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며 낮 동안 햇볕을 쬐며 활동하고 자칫 마음에 분노와 같은 성냄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만물이 꽃피고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을 흐르는 기운도 우주의 기운과 소통해서 여름 기운에 상응해 심신을 닦아 장수하기를 꾀하는 것이 여름 양장(養長)의 도리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여름의 기운과 어긋나 성내거나 해서 마음이 상하면 여름을 상징하는 화(火) 장부에 해당하는 심장과 소장같은 장기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또 머리쪽으로 화기가 올라가는 상기증이 발현해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여름철 양생의 도리에 대해서만 살펴봤지만 이처럼 양생의 가장 기본은 사계절의 음양의 변화에 따르는 것이라 만약 이런 근본 법칙을 어기면 생명의 근본이 상하고 원기도 훼손됩니다. 이미 병에 걸리고 나서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합니다. 잘 못 다스려지는 나라는 난(亂)이 일어난 후 평정하고, 잘 다스려지는 나라는 난이 일어나기 전에 난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현대에 와서 양생법이 의미가 없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안 하던 운동을 하고, 건강 보조 식품을 찾는 것도 일종의 양생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양생법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잠자고, 먹고, 일하고, 운동하는 것입니다. 아침이면 일어나 열심히 활동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 이 일상 자체가 자연의 흐름에 충실한 삶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질병을 멀리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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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일보 : http://pdf.jejunews.com/2024/07/29/20240729-07.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