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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혈액순환의 빨간불 , 심부전 - 제주의료원 내과 김성구 과장

    2024-11-04 13:40:37
  • 작성자홍보담당자 (ojw308) 조회수135

  • 혈액순환의 빨간불, 심부전

    제주의료원 내과 김성구 과장

     


    ‘어느날 환자분 한명이 떠밀리듯이 진료를 보러 내원하였다. 그분은 손과 발, 얼굴 뿐만 아니라 가슴이며 등까지 오목부종이 심한 상태였고, 눈꺼풀이 부어 앞도 잘 보지 못 할 정도였다. 약 6개월 전부터 점차 몸이 붓기 시작했으나 따로 치료를 받진 않았고, 부종 이외에 다른 증상은 없다고 하였으나 짧은 몇 마디 말을 하는데도 숨이 차 보였다. 환자분은 치료 의지가 약했고 어디서 들은 건지 혼자서 그렇게 생각한 건지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거라며 문진 내내 비관적인 모습이었다. 건강검진 받았을 당시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몸이 자꾸 부으니 현대 의학으로도 진단이 어려운 그런 병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환자분은 심부전이 원인이었다. 설득하여 어렵게 입원하였고, 약 2주간의 짧은 약물치료로도 부종이 많이 빠지고, 숨찬 증상도 호전되었다. 환자분들마다 증상 호전 시까지 기간은 상이하겠지만 운이 좋게도 약물 반응이 좋은 환자였고, 현재는 외래 통원 치료 중이다.’

     

    심장은 우리 몸의 혈액을 여러 장기에 원활하게 공급하고 순환을 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기이다. 심부전이란 심장의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로, 앞서 말한 심장 고유의 고속도로 역할에 문제가 생겨 혈액순환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심부전은 국내 사망 원인 중 암 다음으로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암 만큼 관심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 하는 질병이다. 심부전 환자들의 약 85%가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이기도 한데, 자칫 노화에 의한 자연스런 경과라고 치부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경계해야겠다.

     

    대표적인 심부전 증상들 중 첫 번째는 호흡곤란이다. 폐가 좋지 않아도 당연히 숨이 찰 수 있고 빈혈이 심해도 숨찬 증상은 생길 수 있다. 광범위한 개념이긴 하나 여기서의 호흡곤란은 가만히 있을 때에 발생하는 호흡곤란은 물론, 운동 시에 발생하는 호흡곤란이나 누웠을 때 심해지는 호흡곤란을 의미한다. 운동 시에 당연히 호흡곤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중요한건 같은 운동을 해도 평소보다 더 심해지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겠다. 어느 정도 진행된 심부전 환자의 경우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누웠을 때 호흡곤란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흔한 증상으로는 오목부종이 있겠다. 오목부종이란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그 부위의 피부가 움푹 들어간 상태로 상당시간 머물러 있는 부종을 말한다. 앞서 소개했던 환자분은 전신에 생긴 오복부종으로 내원한 분이었는데, 주로는 다리부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자신의 정강이뼈 앞부분을 눌러보면서 스스로도 평가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소화불량이나 피로감 등의 증상들도 있을 수 있겠다.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심부전도 있어 심장병 가족력이 있다면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도 중요한 심부전의 원인이고, 같은 맥락으로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고지혈증과 당뇨, 흡연 및 음주도 심부전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 고혈압 또한 심부전 환자들 중 약 80%가 가지고 있는 질환으로 심부전에 매우 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그 외 부정맥, 빈혈, 바이러스 감염, 약물 관련 독성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다.

     

    기본적인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방사선검사를 통해서 심부전이 진단될 수도 있겠으나 기본 검사들이 정상이더라도 심부전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심부전 증상이 있다면 기본 검사들에 더하여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확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

     

    심부전이 진단되면 그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시행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는 물론 효능이 좋은 많은 약도 개발되어 있지만, 그것 외에도 금주, 금연 및 저염식, 저지방식 등의 식습관 관리와 주 3~4회, 3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나 하체 위주의 가벼운 근력운동 등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하겠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에도 취약할 수 있어 예방접종도 챙기면 좋다. 심부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폐/간/신장질환, 부정맥, 뇌졸중 등의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증가하고 급사의 위험이 높아진다. 부디 심부전의 치료는 완치의 개념이 아닌 관리의 개념이라고 생각해야 함을 잊지 않도록 하자.

     

    의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진단법과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그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한두가지 이상의 질병을 조기에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진료를 보다 보면 의학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질병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다소 가벼워지거나 극단적이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한다. 또한, 국가 및 지자체 등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의 확대 또한 너무나 좋은 정책이나 검사하는 항목과 감별할 수 있는 질병들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없이 환자들이 결과에만 지나치게 안도하거나 좌절하는 모습도 종종 보곤 한다. 요즘 들어, 의학기술의 발달과 늘어나는 의료사업들이 한편으론 환자들로 하여금 질병에 대한 경각심을 감소시키고 객관적으로 본인의 상태를 평가하는 노력을 감쇠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 관련 기사 보기

    - 제주일보 :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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